하오의 파도
예, 이렇게 되었고, 다시 그렇게 해보렵니다. 본문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지난 블로그를 지우게 되었지만, 사실 그보다 최근에 일기장 조차 적는 것이 어색해져버린 나에게 다시금 어색해졌고, 그 연유를 다시 찾아보고자 용기를 내었다. 지난 일들을 적어낼 때에는 소량의 우울과 슬픔을 담아내는 것이 꽤나 흡족했고 돌이켜 보면 내가 이런 말도 했었나 놀라기도 했던것 같은데, 이제는 다정한 남편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이전과 같은 감정을 해소하는 것에 마음을 쏟고자 한다. 그러니까 감정에 매이지 않겠다는 사소한 결심이며, 적다보면 자연스러워질 모습들을 기대하는 일렁이는 마음에 교만떨거나 미리 지레 겁을 먹지 않겠다는 것이다.
읽는 시간이 늘어갈 수록 나를 투영해보기도 하고 표현에 여유를 더해보기도 할텐데, 최근에는 내가 읽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읽고 싶지도 않았던 걸까. 일생의 중요한 사건을 앞두고 읽고 싶은 대상이 분명했기 때문에, 나보단 아내를 향했던 것 같다.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소중했으니까. 아내가 안정된 관계의 바탕위에 조금씩 올라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의 마음을 아내에게 보냈다. 조금씩 남편이 되어가고 있다랄까. 허나 아내는 내가 나를 읽는 걸 유독 좋아했는데, 그런 모습이 안보여서 내심 섭섭한 마음을 눈치채게 하기도 하였다. 그에 대한 내 대답이 성숙치 못하여 지난 날들의 못된 모습에 숨어 오해를 사곤 했는데, 이제는 아내를 사랑하는 나를 읽어나가야지 하는 마음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온전히 함께할 때 주어지는 평안과 여유가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내가 필요해진 나다.
그냥 사랑하는 것들을 누리다 흘려보내고, 나또한 흘러가다보면 되겠지. 막고자 해서 막아지는 것도 없으며 안막는다고 안찾아오는 것도 아닌 사랑을 말이다. 나의 사랑하는 것들을 읽어내는 고요한 시간을 찾아내 본다. 아내를 재우고 난 뒤에 고요한 시간이 있었는데, 아마,, 그 시간이 내가 적혀지는 유일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결혼식이 코앞이다. 나는 결혼 생활을 위해 적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겠다.
아내는 음악으로 그림을 그리던데 나는 적기라도 해야지 ... (사랑해 마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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