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의 파도
"우리 아내는요, ... " 본문
내가 이런 글을 쓰지 않은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 이야기가 곧 나의 아내의 이야기이며 암실과 구름 속을 걷는 아내의 말과 모습을 과연 내가 남길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아내를 탓하는 것이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마음을 열기 전에 바로 백스페이스를 끝까지 눌렀을 것이고, 아내를 들어낼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의 사랑은 아내의 마음과 상관없이 늘 일정하다고 말하겠다. 아내와 하나가 되고 있으면서도 하나가 될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하기에, 내가 어루만질 수 없는 마음들을 과연 내가 용기를 내어 짚어낼 수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차라리 나는 내 눈을 감으며 내 생각과 표현을 덮어버리고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옳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덮어내다 보니 나의 눈을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눈을 뜨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내가 보이더라. 알고자 하는 것은 책임을 지는 일이기에, 다시 이 책임의 무거움을 한 페이지씩 넘기어 본다. - 생각없이 고요한 밤을 보내다가 편히 자고 있는 아내를 보면서 든 생각
고단한 하루의 끝에 불면증 조차 손을 놓아버린 달콤한 잠 속에서 당신을 지키는 것은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시간이다. 나의 몸은 당신을 등지고 책상 앞에 앉아있지만, 뒤돌아 당신의 숨소리를 확인하는 내 마음은 언제나 당신 곁에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냐 싶다가도, 당신에게 안온한 밤을 허락할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한 새벽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코 골듯 먼저 골아 떨어진 남편도 밤이 떠나간 잠에 뒤척이는 아내도 없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러한 시간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있다. 밤공기 속 여름의 습기는 오히려 짙어져 가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계절과 우리가 상처받은 계절 또한 다가오고 있다. 나는 당신보다 마음이 넓지 않아서 사랑한다는 말의 무게 뒤에 숨어버리지만, 당신의 고요함은 나에게 늘 정직하게 말해주고 있다. 분명 이 시기에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나의 축복이다. 흔들림 없이 완벽하게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면 좋아할 것 같아 몰래 머리맡에 남기고 간다.
“아내,, 나 잘자리 없어서 그러는데 옆으로 좀만 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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